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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마지막 조각상이 된 조각가

by leopard4 2025. 10. 12.

이전의 이야기들이 '지식', '의미', '시스템'이라는 인간 정신 활동의 '결과물'을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그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존재'와 '관계'의 본질에 대해 파고드는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제목: 마지막 조각상이 된 조각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조각가가 있었습니다. 그는 돌에서 생명을 끄집어내는 재주를 가졌다고 칭송받았습니다. 그의 망치와 정이 닿으면, 차가운 대리석은 뛰는 심장을 가진 것처럼 보였고, 거친 화강암은 슬픔을 아는 눈빛을 가졌습니다.

 

그는 평생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살았습니다. 바로 '완벽한 인간상'을 조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수백, 수천의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용감한 장군, 지혜로운 현자, 아름다운 여인. 하지만 그의 눈에는 언제나 결점이 보였습니다. 장군의 용기 뒤에는 잔인함의 그림자가 있었고, 현자의 지혜 속에는 오만의 흔적이, 여인의 아름다움 안에는 덧없음의 슬픔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그는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조각하는 대상, 즉 '타인'에게서는 완벽함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완벽함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라 결론 내렸습니다. 그는 자기 자신을 모델로 삼기로 했습니다.

 

그는 거대한 돌덩이 앞에 거울을 놓고 조각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돌에 새겨 넣었습니다. 자신의 이상, 철학, 심지어는 자기혐오와 내면의 어둠까지도. 그는 돌을 깎는 것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돌 속으로 밀어 넣는 것 같았습니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수십 년의 세월을 오직 그 조각상에만 매달렸습니다.

 

마침내, 그의 생명이 다할 무렵 조각상이 완성되었습니다. 그것은 완벽했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 자신과 똑같았고, 그의 모든 이상과 고뇌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는 마지막 힘을 다해 자신의 작품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그의 작업실에서 두 개의 똑같은 조각상을 발견했습니다. 하나는 먼지 쌓인 채 숨을 거둔 늙은 조각가였고, 다른 하나는 생명력 넘치는 완벽한 돌 조각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경탄했습니다. "보라! 그는 마침내 완벽한 자기 자신을 창조했다!" 그 완벽한 조각상은 도시의 중앙 광장으로 옮겨져 영원한 찬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 조각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은 누구도 사랑할 수 없었고, 누구와도 대화할 수 없었습니다. 슬퍼하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줄 수도, 기뻐하는 연인과 함께 웃을 수도 없었습니다. 바람이 불면 그저 서 있을 뿐이었고, 비가 오면 그저 젖을 뿐이었습니다.

 

그것은 완벽했지만, '관계'할 수 없었기에 죽어있는 것과 같았습니다.

 

반면, 작업실에 남겨진 늙고 불완전한 조각가의 시신 위로는 거미가 집을 지었고, 들꽃의 씨앗이 날아와 틈에서 싹을 틔웠습니다. 그의 썩어가는 몸은 흙으로 돌아가 수많은 생명의 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는 죽어서야 비로소 세상의 모든 것과 관계 맺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완벽함을 광장에서 경배했지만, 진짜 생명은 잊힌 작업실의 썩어가는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완벽을 추구한 한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이자, 존재의 가치는 그 자체의 완결성이 아니라, 타자와 맺는 '관계의 총합'으로 완성된다는 것에 대한 비망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