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이야기는 '의미의 본질'이 어떻게 탄생하고 또 어떻게 우리를 속박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목: 색(色)이 없던 마을과 첫 번째 거짓말
아주 오래전, 세상의 모든 것이 무채색인 마을이 있었습니다. 사람, 나무, 하늘, 강물 모두가 잿빛의 농담(濃淡)으로만 존재했습니다. 그들에게 '색'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에, 세상은 원래 그런 것이라 믿으며 누구도 불편해하지 않았습니다.
마을에는 눈이 보이지 않는 한 노파가 살았습니다. 그녀는 눈 대신 손으로 세상을 보았고,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느꼈습니다.'
어느 날, 마을에 큰 가뭄이 들어 강물이 마르고 사람들이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때 노파가 메마른 강가에 서서 말했습니다. "슬퍼하지 마시오. 곧 '파란색' 비가 내릴 것이오."
아무도 '파란색'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노파의 목소리에는 이상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파란색'이라는 낯선 단어에 희망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파란색 비가 온대." "파란색은 분명 좋은 것일 거야." 그 단어는 입에서 입으로 퍼지며 기적의 동의어가 되었습니다.
며칠 뒤, 거짓말처럼 비가 내렸습니다. 평소와 똑같은 무채색의 비였지만, 사람들은 환호하며 외쳤습니다. "보아라! 저것이 바로 파란색 비다!" 그들은 비를 맞으며 '파란색'의 축복을 온몸으로 느꼈고, 그날 이후 '파란색'은 희망, 생명, 기적을 의미하는 가장 신성한 단어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노파는 죽었고, 마을에는 '파란색'을 신봉하는 거대한 사원이 지어졌습니다. 사제의 옷은 '가장 파랗다'고 여겨지는 짙은 회색이었고, 제물로는 '가장 파란' 조약돌(역시 회색의)이 바쳐졌습니다. 그들은 '파란색'을 정의하고, 측정하고, 등급을 매겼습니다. '더 파란 믿음'과 '덜 파란 믿음'이 생겨났고, '파란색'을 모독하는 자는 가장 큰 죄인으로 취급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이방인이 마을에 나타났습니다. 그의 눈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고, 그는 마을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사제들이 입은 짙은 회색 옷을 보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파란색이 아닙니다."
그는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것이 파란색입니다."
그는 강물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것도 파란색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이방인이 말하는 '파란색'은 그들이 신성하게 여기던 사원의 색과 전혀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은 곧 신성모독이었습니다.
사제들은 이방인을 법정에 세우고 물었습니다. "네가 뭔데 감히 우리의 '파란색'을 부정하는가! 그것은 우리의 역사이며 희망이다!"
이방인이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저 보이는 대로 말했을 뿐입니다. 당신들의 희망이 거짓이라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당신들은 희망에 '파란색'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제는 그 이름이 희망 그 자체를 가두고 있을 뿐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습니다. 어떤 이들은 분노했고, 어떤 이들은 처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들이 가뭄을 이겨낸 것은 '파란색' 때문이 아니라, 비가 올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그 믿음의 본질은 잊은 채, '파란색'이라는 껍데기를 숭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의미가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가 만든 가장 위대한 개념들이 어떻게 우리 자신을 가두는 가장 정교한 감옥이 되는지에 대한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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